우리나라는 직업군과 매칭하는 여러 연금제도를 만들어 국민으로 하여금 체계적으로 노후소득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일반적인 도시 노동자라면 국민연금과 직장에서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으로 제공하는 퇴직급여란 패키지가 주어지고, 공무원에겐 국민연금과 퇴직급여를 합친 개념인 공무원연금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연금제도의 특성은 강제성이다. 개인 자율에 맡겨진 노후소득 준비는 확정된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젊을 때 은퇴에 대비해 충분히 저축할 것이란 경제이론은 폐기된 지 오래다. 인간 대부분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시야는 단기적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어떤 행위를 강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부모가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고 혼내기보다는 성적이 오를 때 보상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연금정책에서 가입을 강제하는 법 못지않게 국민이 기꺼이 연금에 가입도록 유인하는 각종 지원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연금보험료 세액공제가 바로 소위 ‘넛징(nudging·타인의 선택을 부드럽게 유도)’으로 불리는 유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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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연금정책은 강제성과 유인책을 병행해야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입증되고 있다.
연금가입의 강제성과 유인책 관.에서 농민은 타 직업군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강제성을 갖춘 국민연금은 도시 노동자와 농민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도시 노동자는 법정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수령하게끔 돼 있어 수령단계까지 정부의 간섭이 영향을 미친다. 반면 농민 입장에서 IRP 가입은 선택사항이므로 연금저축상품과 큰 차이가 없고 면세로 세제혜택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2022년 중소형 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수수료 지원혜택 등을 부여하는 ‘푸른씨앗’ 퇴직연금기금을 론칭했고, 이미 유사한 지원을 시작한 지 10년을 넘겼다는 사실은 농민 연금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 재정으로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농어업인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208만명의 농어민에게 총 3조원을 지원해온 정부로서는 농민의 IRP 가입을 유인할 추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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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서 농협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사업자평가를 통해 매년 수십개 금융기관의 퇴직연금사업을 들여다본 필자가 아는 한 2017년 전 국민에게 IRP 가입이 허용된 이후 NH농협은행이나 NH투자증권에서 농민의 IRP 가입을 독려하는 변변한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농협 등 회원조합들이 구성한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금융지주 산하에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속해 있다. 이 。에서 퇴직연금사업을 영위하는 범농협 금융기관들이 농민의 IRP 가입을 도울 만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로 봐야 한다. 지난 20년간 퇴직연금사업을 해온 농협에서 농민이 국민연금 단층체계에 머물러 있고, 퇴직연금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상황을 모를 리 있겠는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나 보조적인 농지연금은 논외로 하자. 어쩌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퇴직연금 개혁이 추진 중인 지금이야말로 농협이 자기 뿌리인 농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적기일지 모른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
부의 퇴직연금사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