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수감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일가를 권좌에 복귀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치러진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를 미국에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국무부 관료 두 명의 주도로 대법관 제재, 범죄단체 테러조직 지정 등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소식통 10명을 인용해 대런 비티 국무부 서반구 담당 선임고문과 리카르도 피타 북미 담당 부차관보가 대브라질 외교에서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공작을 진두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룰라 대통령에 타격을 입히고, 보우소나루 일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양한 제재 조치를 활용했다.
비티 선임고문과 피타 부차관보는 주브라질 미국 외교관들에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다시 브라질의 지도자로 복귀시키는 것이 미국의 공식 정책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022년 대선 불복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은 뒤에는, 그의 아들이자 이번 대선 후보로 출마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미국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던 알렉산드라 지 모라에스 대법관이 정치적인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올린 브라질인들을 투옥하고 미국 소셜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를 검열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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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이 지난해 초부터 모라에스 대법관에게 제재를 가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강력히 로비한 영향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4월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차남인 에두아르두가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를 찾아 비티 선임고문을 면담했고, 그 이후 비티 선임고문이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직접 연락해 모라에스 대법관에 대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 문책법’에 따른 제재를 요청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당 법은 미국이 2012년 러시아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옥중 사망을 계기로 러시아를 제재하려고 제정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년 7월 모라에스 대법관이 반정부 게시물을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마그니츠키 법에 따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일가는 미국 정부에 브라질의 양대 범죄 조직인 ‘제1수도사령부’(PCC)와 ‘코만두 베르멜류’(CV)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이 범죄 억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부를 것으로 판단해서다. 지난해 5월 피타 선임고문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브라질리아 자택을 방문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와 멕시코 카르텔에 적용한 테러 조직 지정을 브라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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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월 국무부는 해당 갱단에 대한 테러 단체 지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밖에 미국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탄압’을 이유로 브라질 연방대법관 8명의 비자를 취소하고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처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공작은 역효과를 낳은 측면도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대법원을 압박했지만 결국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모라에스 대법관을 마그니츠키법 제재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또 고율 관세가 되레 룰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티 선임고문은 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연설문 작성 비서관으로 일하다 백인 우월주의자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2018년 해고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복귀해 미국 시민과 기업, 국외 우파 동맹의 발언을 검열한다고 판단되는 국가들을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표현의 자유 외교’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계 미국인인 피타 부차관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측근으로, 룰라 대통령을 중남미 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인물로 보는 인사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마약 밀매업자에 맞서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취한 모든 조처는 미국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브라질 국민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지만 두 사람의 공작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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