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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울진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동해에서 울진읍까지 한 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으니 조금 부지런을 떨면 크게 어렵지 않다. 아직 가보지 못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망양정을 마침내 찾았다. 월송정까지 둘러보았으면 좋았겠지만, 불영사까지 돌아보고 나니 시간이 빠듯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먼저 죽변항에 들렀다. 죽변등대를 보고 용의 꿈길을 걸었다. 죽변등대는 1910년에 세워졌으니 백 년이 넘었다. 규모나 조형미는 조금 아쉽다. 예나 지금이나 죽변항이 크고 중요한 항구는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있다. 등대 뒤편으로 내려가니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 죽변 등대 공원
ⓒ 박영호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이곳이 '용의 꿈길'이었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에서 사용했던 세트장도 남아 있다. 2004년에 방영된 드라마인데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들과 나이가 같다. 세트장 뒤로 내려다보이는 해변은 모양 때문에 '하트해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쉽게도 해안스카이레일은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운행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운영 업체와 지자체 사이의 갈등까지 겹쳐 운행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니, 이대로 방치되다간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해치는 흉물로 남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하트해변
ⓒ 박영호
▲ 드라마 세트장
ⓒ 박영호
다음은 왕피천공원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망양정에 올랐다. 생각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어른 요금은 만 원인데, 이 가운데 오천 원은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유효기간이 3개월이라고 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불영사에서 주차비와 커피값으로 알뜰하게 사용했다.
망양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았다.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라는 이름 때문인지, 옛사람들은 이곳에서 어떤 풍경을 보았을까 궁금했다. 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관동별곡'이 눈에 띈다. 하늘과 바다, 거센 파도와 달을 바라보며 옛 영웅과 신선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 관동팔경 망양정
ⓒ 박영호
▲ 관동별곡
ⓒ 박영호
정철 선생이 보았던 바다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풍경을 두고 품었던 생각은 저마다 달랐겠지만, 빼어난 풍경 앞에서 절로 걸음을 늦추는 마음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았을까. 수백 년 전 망양정에서 바다를 읊은 시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내가 그 시를 곱씹으며 다시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망양정을 내려와 불영사로 향했다.
▲ 천축산불영사 일주문
ⓒ 박영호
불영사의 현재 대웅보전은 1725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그전에도 여러 차례 화재를 겪고 다시 지었다고 한다. 수백 년 동안 불타고 다시 짓기를 거듭하면서도 줄곧 이 자리를 지켜 온 셈이다. 다른 곳에서 옮겨 왔다는 석탑에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대웅보전 아래에는 돌거북 두 마리가 기단을 등에 지고 엎드려 있다. 짊어진 무게가 꽤 버거워 보여,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슬며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불영사 대웅보전과 삼층석탑
ⓒ 박영호
▲ 대웅보전을 받치는 거북이
ⓒ 박영호
▲ 대웅보전 바로 뒤 전각
ⓒ 박영호
▲ 삼층석탑
ⓒ 박영호
▲ 소원을 매달다
ⓒ 박영호
명부전 지붕 위로 보이는 바위는 부처바위다. 연못에 이 바위의 그림자가 비친다고 해서 불영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림자가 비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부처바위
ⓒ 박영호
▲ 응진전
ⓒ 박영호
연꽃이나 배롱나무꽃이 한창일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연못가의 꽃무릇도 이제 붉은빛이 조금씩 바래고 있었다. 계절이 조금만 달랐어도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였을 듯하다.
▲ 부처의 그림자가 비치는 연못
ⓒ 박영호
▲ 나가는 길
ⓒ 박영호
나이가 들수록 새것보다 낡고 오래된 것을 돌아보는 여행이 좋다. 산과 바다만큼 오래된 것이 없으니, 이번 여행은 오래된 것들을 찾아다닌 여행이었다. 동해로 옮겨 살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울진을 일생 동안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이다.
조선의 정철 선생도 이곳까지 와서 좋은 풍경을 보고 갔는데, 나라고 못할 까닭이 없다. 다음엔 월송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황금성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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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이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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