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안보, 기술, 초지능(SI, 트럼프가 인공지능을 지칭하는 단어)에 대한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공통의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중국의 항일 투쟁을 지원한 일을 거론하며 이를 미·중 간 “동맹”으로까지 표현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시진핑 부부를 위한 국빈 환영식 연설에서 “오늘 우리가 이 분야에서 내릴 결정은 수십 년에 걸쳐 평화와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시진핑이)중국 지도자로는 최초로 미국을 두 번째 공식 국빈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이번 방미의 의미를 부각하며 “함께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양국이 직면한 현안들에 엄청난 진전을 이뤄냈다”고 양국 간 협력에 방.을 찍었다. “지난 5월 방중 때 우리는 무역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이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우리 실무진은 미국 농가와 축산업자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 접근권을 포함해 보다 균형 잡힌 무역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다.
특히 그는 미·중 간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다며 2차 세계대전 때인 1941~42년 중화민국의 항일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루스벨트 미 행정부의 승인 아래 조직된 미국인 자원 조종사 부대 ‘플라잉 타이거스’(중국명 비호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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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공통의 이익에 집중한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확신한다. 역사적으로 공통의 이익 추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우리를 동맹(even made us allies)으로 만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감한 미국 조종사들이 중국의 존립을 위해 자원해 중국으로 왔다”며 플라잉 타이거스를 “전설적인 부대”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미 해병대가 중국인들과 만난 경험은 해병대가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겅호(Gung-ho)’라는 중국어 표현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어 ‘공합(工合)’에서 유래한 말로, ‘함께 일한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플라잉 타이거스를 언급한 건 미·중 간 대결이 아닌 협력에 방。을 찍자는 취지로 보이지만, 적대적 경쟁국의 정상을 환영하기 위해 지금의 동맹인 일본을 패퇴시키려 힘을 합친 역사적 사례를 거론한 셈이라 주목된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해협 관련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간 갈등이 여전히 심각한 데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자주 꺼내드는 ‘항일 연대’라는 역사적 서사를 트럼프가 먼저 꺼낸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전날 트럼프가 직접 공항에 나가 시진핑 부부를 영접한 것을 두고서도 다른 동맹·우방국 정상에게는 보인 적 없는 극진한 대우라는 뒷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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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5년 시진핑의 첫 국빈 방문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만찬 건배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양국 간 협력을 거론했다. 다만 오바마는 “중국 마을 사람들이 미국 조종사들을 숨겨주고, 먹여주고, 상처를 치료해줬다”며 인도적 부분을 부각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시진핑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경쟁의 불가피성도 동시에 부각했다. 특히 지켜야 할 경쟁의 선과 군사적 위기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미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전략적 패권을 다투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는 “중·미가 경쟁을 거론하기를 꺼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쟁은 건전하고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하며, 서로 앞서려는 경주이지 네가 지고 내가 이기는 격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제로섬 게임’을 경계했다. 또 “미·중 양측은 충돌하지 않고, 대결하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며 “양국 군은 정례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위기 소통 및 예방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특히 인공지능(AI)의 위험성 관리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공감의 뜻을 표했다. “양국은 AI를 잘 발전시키고 관리할 능력과 책임이 있으며, AI가 언제나 인간의 통제 아래 국민에게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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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러면서도 “중국과 미국은 모두 AI 강국”이라고 전제했는데, 미국과의 AI 개발 경쟁에서 밀릴 생각이 없다는 뜻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은 구체적인 협력 의제도 제안했다. 그는 “중국은 마약 단속과 법 집행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펜타닐 문제에서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다시 확인했다. 이밖에 양국 간 직항 항공편 증설, 향후 5년 동안 미국 청소년 10만 명 중국 초청 등 구체적인 사업도 제시했다. “여기서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드린다. 며칠 후면 두 마리의 판다 ‘핑핑’과 ‘푸솽’이 애틀랜타 동물원의 새 보금자리에 도착해 미국 국민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자이언트 판다의 도착 소식도 직접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플라잉 타이거스를 언급한 데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은 파시스트 침략자에 맞서 함께 싸웠다. 양국 국민은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는 화답도 빼놓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환영식 뒤 단독 회담과 확대 회담을 이어갔다. 국빈 만찬 전에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양국 정상이 한 차례 더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날 회담에서 이뤄진 합의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브릭스 정상회의 만찬에 불참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시진핑이 두 차례나 트럼프와 함께 공개 발언에 나서는 。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의 극진한 환대에 시진핑이 화답하는 동시에, 언론 공개 일정 소화를 통해 건강 상태를 둘러싼 불필요한 추측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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