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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 속에 맞이한 뜻 깊은 여행(1)
  글쓴이 : 김경태     날짜 : 04-07-31 14:39     조회 : 665    
<Prologue>

참으로 실행에 옮기기 힘든 여정이었다. 결혼 후 두 딸을 얻고 정신없이 살아오던 10년 세월……10년 지나면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던 신혼여행지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제주도를 제외하곤 육지를 떠나본 적이 없는 3 여자들……
작년엔 나 혼자 연수차 호주를 잠시 다녀온 것이 무척 걸리기도 하고, 기내식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소박한 아내…… 그 맛없는 것을 왜 먹으려는 것일까?……의미는 그게 아니겠지?

결혼 10주년 기념일인 올해 1월 9일을 D-day로 잡고 작년 가을 무렵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어느날 슬며시 통장 하나를 내게 내미는 아내, 뭔가 싶어 열어보니 600여 만원이라는 큰 금액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여자들에겐 10주년 등의 특별한 의미가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모르긴 해도 참으로 고마웠다. 언제 그만한 돈을 모았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이왕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나가자……
이 시점에서 감동 안 할 남자가 있을까?

처음 준비해보는 가족 해외 여행이고 시일이 촉박한 나머지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또한 얼렁뚱땅 준비했다가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내리기 때문에 섣불리 함부로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하늘도 무심하시지……부풀어 오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여름에 칠순 잔치까지 치루신 아버지……큰맘 먹고 모시기로 한 첫 해외여행……모든 것을 뒤로하신 채 그만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하셨던 것이다.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한번 멋지게 해보려 했는데……
참 많이도 울었다. 내가 객지에 혼자 떨어져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49제를 끝내니 결혼10주년 기념일은 케익 조차 올려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가 버렸다.

시일이 지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다소 진정이 되면서 서서히 걷혀가고 미처 이루지 못한 10주년 기념여행에 대한 미련이 다시 엄습해왔다. 나에게 말도 못 꺼내고 속으로만 앓고 있는 아내와 큰 딸……주변의 눈초리도 의식이 되었지만 다시 결심했다.
여름방학엔 나간다!
봄부터 충분히 준비하면 알찬 여행이 되리라 확신하면서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방콕-파타야-푸켓” 일정을 잡기에 이르렀다. 방콕-파타야 3일, 푸켓 5일 이렇게 일정을 잡고 “탑 항공”과 “타이-호텔”측에 예약을 부탁하고 컨펌을 받기에 이르렀다.
너무나 순조로와 여기에 또다른 문제가 생기리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임신……10살 7살 두 딸 뒤에 늦동이가 생기리라고는…...
기뻐해야 할 아내는 끝내 눈물을 보인다. 아이가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번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했고 나의 표정을 살피던 아내는 그토록 준비해왔던 여행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이번에 못 가면 결국 앞으로 3년 이상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 뒷바라지에 시달리며 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되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차마 여행을 취소하자는 이야기는 못하고 타협을 했다.
방콕-파타야 일정은 뱃속 아기에게 너무 위험하니 이번 일정에서 빼는 대신에 아기에게 최대한 무리가 없게 푸켓 리조트에 쉬러 가자고……

이미 지불했던 계약금 6만원을 타이-호텔에 날려버리고 다시 원점에서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이때 시골집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주인장인 아논님과의 게시판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점차 믿음이 싹트며 이번 여행의 생명줄로 삼게 되게 이르렀다.

그러나 약간씩 하혈을 하며 점점 조짐이 이상해지는 아내……하늘은 왜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나……계속 이어지는 시련……이젠 하늘에 화가 나기까지 한다.
우리가 살면서 뭘 잘못하고 살았길래……
이젠 여행 자체가 완전히 무산되어버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산기가 있는 임신 4주의 아내(떠나는 시점에는 7주 정도)를 이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애들을 재우고 소주한잔 하면서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은 힘들겠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아내를 보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일정을 취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둔 채 빨리 괜찮아지기 만을 기다렸다.

여행 출발 3주 전이었다.
기대를 저버리고 심한 하혈과 함께 아기는 세상구경도 못한 채 그렇게 끝나버렸다.
이젠 여행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그대로 빨리 잊혀지기 만을 기다렸다. 표시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술과 함께 며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현듯 “이럴 때가 아니다. 오히려 여행이 필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스치며 다시금 일정을 살펴보았다. 하늘이 도왔는지 여행 일정 취소를 뒤로 미루었었고 덕분에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잡아 너무도 다행이었다.

아내는 내가 여행을 취소한 줄 알고 있었다. 여행 못 가서 안달 난 사람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결혼 1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맞이한 우리에게 전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아버지의 사망, 생각지도 않은 늦동이의 출현과 유산 등, 불과 6개월 동안에 너무나 큰 심적인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우리를 이처럼 힘들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다녀오자. 그리고 다 잊고 훌훌 털고 오자. 우리 일이 먼저 안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일은 돌아와서 생각하자.”

결국 처음 맞이하는 해외여행, 그것도 10주년 기념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논   04-07-31 17:18
  참으로 허구한...애뜻한 두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네요...어느정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부분도 있었지만..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줄이야...정말 이번 여행이 두분이
아논   04-07-31 17:19
  고아니 네분이 살아가시는데 있어서 좋은 추억거리와 활력을 불어일으켰으면 좋겠군요..
이은미   04-08-02 23:38
  정말 뜻깊은 여행이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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