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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안판석 감독은 자신이 기억하는 청춘과 배우가 표현한 오늘의 청춘이 다를 때 배우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ENA ‘연애박사’ 제작발표회에서 김현정 EP가 전한 “내가 틀렸고 이 친구가 맞았어”라는 감독의 말은 그가 현장을 이끈 방식을 보여줬다. 유작에 참여한 배우들도 정답을 지시받기보다 인물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믿어준 연출가로 그를 기억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연애박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김현정 EP와 배우 추영우, 김소현, 김민석, 이창훈, 임진효가 참석했다.
‘연애박사’는 로봇공학 연구실을 배경으로 불안한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다. 수영선수의 꿈을 접고 로봇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 분)와 다른 전공에서 로봇공학으로 옮겨온 임유진(김소현 분)이 중심에 선다. 두 사람 모두 계획한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은 인물이다. 연애를 배워가는 과정에는 진로가 흔들린 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겹쳐진다.
김 EP는 “두 인물이 만나 어떤 선택을 하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지 주목해달라”며 “사건이 아닌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빠른 사건 전개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무게를 둔 만큼 이를 과장 없이 전달할 배우의 표현이 중요했다. 김 EP는 “감독님이 추구하는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연기가 제일 중요한 지.이었다”며 배우들의 연기 영상을 세밀하게 살핀 뒤 김소현과 추영우를 캐스팅 1순위로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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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뢰는 촬영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로도 이어졌다. 김 EP에 따르면 안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추영우의 연기를 보며 자신이 구상한 민재에게는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청춘의 모습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EP는 안 감독이 “내가 틀렸고 이 친구가 맞았어라고 말했다”며 감독이 세운 인물상도 배우의 해석을 통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 역시 배우의 선택을 존중하는 쪽이었다. 이창훈은 “본인 머릿속에 써야 할 것과 굳이 안 써도 될 것을 명확히 가지고 계셨지만 완성은 배우가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며 세팅 전 배우에게 어디에 앉고 싶은지, 어느 문으로 들어오고 싶은지 물은 뒤 그 선택에 맞춰 촬영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세밀한 연출 계획과 배우의 자유는 함께 작동했다. 김소현은 안 감독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일지 치밀하게 계산하면서도 배우에게는 자유로움과 진실함을 강조했다고 돌아봤다. 장면마다 어느 정도로 감정을 표현하면 될지 미리 정해둔 자신의 습관도 그 과정에서 바뀌었다.
그는 “그런 고정된 생각을 다 알아보시고 ‘그렇게 안 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셔서 틀을 깰 수 있었다”며 “아예 땅을 다시 다지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익숙한 표현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배우가 인물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시간이 됐다.
김민석 역시 이번 작업을 연기의 본질을 다시 찾는 계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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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 일에 절여져 있었다”며 익숙해진 작업 방식을 다시 뜯어고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안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임진효도 “사람에게 믿음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매번 느낄 수 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그 믿음은 배우들이 익숙한 연기에서 벗어나 인물을 새로 고민하게 했다.
김소현은 안 감독을 “연기의 즐거움을 다시금 알려준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유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헤맸지만 감독이 “이제 유진이가 됐네”라고 말해줬던 순간도 기억했다. 그는 “내가 이래서 연기를 좋아했지, 왜 사랑했는지 알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 EP는 촬영 당시 안 감독이 회복 중이었으며 현장에서는 에너지 넘치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비통한 마음을 밝히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기뻐하고 애정을 표현했던 감독의 모습을 함께 전했다.
안 감독이 작품을 마친 뒤 발견했다는 메시지 역시 현재의 삶을 향해 있었다. 김 EP는 “종방연에서 감독님이 처음부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찍고 나니 ‘지금이 바로 내 전성기야’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해졌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계획이 어긋난 청춘들이 서로를 만나 다음 선택을 해나가는 이야기는 그 말과 맞닿아 있다. 김 EP는 “불안하고 두려워 주저앉는 분들에게 감독님이 주시는 응원이자 선물이 ‘연애박사’ 아닐까 싶다”며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연애박사’는 오는 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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